천개의 찬란한 태양



우리 모두가 가슴 속에 누구도 모르는 우물을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속에는 이루지 못한 꿈이나 사랑, 비밀이 담겨있을 수 있고, 눈물로 채워질 수도 있다.

어쩌면 그 우물은 우리가 버리고 싶지 않은, 놓치고 싶지 않은 소중하고 영원한 것들의 보관소일지도 모른다.

힘든 시간, 고통스러운 순간마다, 우리는 그 우물에 두레박을 넣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끌어올린 희망과 추억을 꺼내 보며, 위로와 힘을 얻는다.

‘천개의 찬란한 태양’이라는 이야기 속에는 그런 우물이 되어준 여자, 마리암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녀는 라일라라는 여자에게 아름다운 우물이 되어주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 지구에 이런 이야기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아니, 믿어버리면 나 자신이 너무 비겁해질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전쟁, 내란, 기근, 탄압, 속박… 인류사에서 계속 반복되어 왔던 그런 일들이 여전히 존재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소용돌이 속에서도 희망은 생겨나는 법이다.

돈 많은 부자 아버지의 숨겨진 딸로 살아가던 마리암은 아버지와 함께하고 싶다는 단순한 목적으로 아버지를 찾아 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하고 그 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머니를 만난다.

하는수 없이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간 마리암은 부인드르이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아버지에게 실망하게 된다.

그녀는 서른 살이나 많은 아버지의 친구, 라시드와의 결혼식 날, 그녀는 더 이상 아버지를 돌아보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자로서의 희망을 가지고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마리암은 계속해서 유산을 경험하게 되었고, 그녀의 남편 라시드의 폭력과 속박으로 인해 그녀의 꿈과 희망은 모두 사라져 버린채 살아간다.

그런 그녀의 앞에 폭탄으로 엄마와아빠를 잃어버리고 사랑하는 남자도 잃어버린 라일라가 나타나게 된다. 오갈데 없는 어린 소녀에게 그녀의 남편은 더러운 욕망을 나타내고 사랑햇지만 하늘로 떠나버린 타리크의 아이를 가진 라일라는 그 모든 일들을 숨기고 그 남자의 아내가 되는 길을 택한다.

처음에는 반목했던 두 여자가…남편이라는 공공의 적과 그가 행사하는 폭력 속에서 서로의 눈길로위로를 주고 받고, 아이를 돌보며 마음을 나누며 더 나은 미래를 살기위한 희망을 주고 받는다.

아이를 낳지 못했던 여자 마리암, 그녀는 라일라와 라일라의 딸과 아들…그리고 그녀의 돌아온 사랑타리크와의 삶을 위해 라시드를 죽이고 사형을 당하고만다.

마리암은 죽는 순간까지 의연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들이 그녀의 진짜 자식, 가족이 되었기에 죽음도 아깝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참한 가난과 대처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은 폭력과 함께 말로만 들었던 그 비극적인 상황들은 이제 이 소설을 읽음으로 인해 눈앞에, 마음에 그림으로 새겨지기도 했다.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운명과 그 운명이 가져다주는 고통 속에서 부르짖어보지만그 누구도 대답해주지 않는 그들의 신과 결국 그 안에서 찾아낸 사람이 사람을 아름답게 하는 희생이다.

그들은 모든것을 이겨냈다, 여기에는극복했다는 말이 어울릴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무언가를 원망하고 자포자기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을 만들어냈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야 했지만 마리암은 말로 사랑한다고 표현하기도 아까운 라일라라는 새 딸에게 원하는 삶을 선물한 것이다.

그녀는 마리암을 추억하며 고향을 찾아가는 라일라와 함께 그 땅에서 후대를 위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지붕 위에서 빛을 발하는 달을 세어보지 못하였고, 벽 너머에 빛나는 태양의 수를 셀 수도 없었다.”

인간의 삶의 무게와 상상을 초월하는 인권 침해의 현실을 마주하며,

당연한 것으로 여겨온 삶의 가치가 얼마나 허망하고 가치 없는 것인지를 깨달았다. 부끄러움이 가득 찬 순간이었다.

나는 어쩌면 이렇게 부끄러워하면서도 내일이 되면 그들을 잊어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 마음의 우물에 이 시간, 이 빛나는 태양과 함께한 시간을 간직하려 한다.

이 순간에도 참혹한 고통과 현실 속에서 태양처럼 빛나고 있을 또 다른 마리암과 라일라를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정치인이나 연예인의 외침보다 더 강력한 지지와 울림을 주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