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리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강동원과 이나영의 영화다. 영화가 크게 성공한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나는 당시에는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해 안 봤다.
당신은 그런적이 있는가? 전혀 관심 없던 소설이 갑자기 읽고 싶어 지는 순간 말이다. 그 순간은 마치 어느 밤에 갑자기 짜파게티가 먹고싶은날. 하지만 집에 짜파게티는 없고 신라면은 있다. 먹그래서 늦은 밤에도 불구하고 라면을 끓였는데 막상 끓여 놓고 보니 내가 생각한 맛이 아닐때..
아! 이걸 어쩌지? 먹어야 하나, 버려야 하나 계속 고민하다가 다 먹었는데 속은 더부룩 하고 잠은 안오고 아침에 얼굴이 퉁퉁 부을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팍 상한다.
대형서점의 책들은 한 여름 해운대 해변의 피서객처럼 끝없이 펼쳐져 있다. 이 많은 선택지 속에서 베스트셀러는 간편하고 비교적 무난한 선택지로 자리 잡는다.
그러나 때로는 사람이 너무 붐비는 식당에 굳이 발을 들이고 싶지 않은 기분처럼,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만으로 그 책을 의도적으로 멀리하고 싶어지는 순간도 있다.
나 역시 책보다는 영화를 선호했던 터라, 비슷한 이유로 ‘인터스텔라’를 관람하지 않았더니, 그 결정이 우습게도 생각보다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고립감을 느끼게 했다.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소외감을 느꼈던 것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소설도 비슷한 경우였다.
당시 소설로는 4년 만에 첫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총 90만 부가 판매되며,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까지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렇게 크게 성공한 영화들은 때로는 사람을 압도하는 경우도 있다.
열기가 서서히 식어가던 짜파게티를 마지못해 입에 넣었을 때의 그 맛… 정말이지, 너무나 맛있어서 공공 도서관의 조용한 자료실에서조차 눈물을 흘리게 만들 정도였다.
이토록 맛있으니 사람들이 줄을 서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맛에 눈물을 흘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며 생각했다.
비를 피해 지붕을 씌워준다는 소박한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이 은수를 생각하며 느끼는 슬픔이, 그리고 안구가 텅 비어가며 식어가는 윤수에게 입맞춤을 하는 수녀의 장면이 얼마나 애절한지…
정말, 공지영이 지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 법을 어긴 사람들, 나는 그들을 용서할 수 있는 것은 용서하고, 미워해야 할 것은 미워했다.
그들의 진실에는 무관심하면서도, 섣부르게 판단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이러한 판단은 사형수에게만 한 것이 아니었다.
언제나 바보 같아 보이는 그 사람이나 악당처럼 미워했던 그 사람에게도 나는 그랬었다. 공지영 역시 그런 감정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지영은 멋진 소설로 자신의 고해성사를 마쳤는데, 독자인 나는 어디에서 내 고해성사를 해야 하는 것일까?
영화 <우. 행. 시>를 대신해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데이비드 게일>이었다. 이 영화는 미국 평단의 혹평과 흥행 실패에도 불구하고, 많은 팬들에게 걸작 반전영화로 추앙받는 작품이다.
아직 <우. 행. 시>는 보지 못했지만,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교수 데이비드 게일이 살인강간죄를 뒤집어쓴 채 전기의자에서 순교하는 그 영화의 내용은 분명히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사실상 폐기된 것과 다름없는 사형제도, 그리고 그 이름조차도 완전히 지워져야 한다는 생각은 국가보안법이나 조선총독부 건물의 철거를 주장하는 것과 유사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영화를 통해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정말, 문학뿐만 아니라 영화의 힘도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