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거짓말 리뷰
지난해, 정이현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처음 듣게 된 그 순간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오랜 시간 독서와 거리를 둔 채 살아왔던 나에게, 일상 속에서 조금씩 여유를 찾아가며 다시금 책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서점의 책장을 둘러보던 중,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바로 정이현 작가의 ‘달콤한 나의 도시’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낯선 작가의 작품을 선택하는 것에는 망설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마치 나를 유혹하는 듯한 묘한 매력을 발산하며, 나로 하여금 그 책을 손에 취하게 만들었다.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달콤함과는 다르게, 내용은 생각보다 달콤하지만은 않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정이현 작가의 독특한 문체와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의 글은 때로는 자극적인 맛을 지니고 있었고, 그러한 맛은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 남아, 때로는 식욕이 없는 날에도 마치 신선한 과일의 새콤함처럼 나를 자극했다.
그녀의 글은 글자들이 단순한 문자에 불과할 때조차도, 나로 하여금 다시금 그 맛을 떠올리고 싶게 만들었다.
최근 ‘오늘의 거짓말’이라는 제목의 새로운 작품이 출간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나는 마치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듯한 기쁨을 느꼈다.
정이현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나의 관심은 잠시 잊혀졌던 것이 아니라, 언제나 내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이미 그녀의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리며, 마음속으로 그녀가 펼쳐낼 새로운 세계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책장 속 붉은 전화기를 들고, 정이현 작가가 들려줄 새로운 이야기에 빠져들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이 책은 나와 정이현 작가와의 두 번째 만남이었으며, 동시에 세 번째, 네 번째 만남을 약속하는 듯 했다.
이 책에 실린 열 개의 단편은 2004년에 처음 발표된 ‘타인의 고독’에서 시작하여, 수년에 걸쳐 집필된 작품들을 모은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한 명의 정이현만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며 변화하고 성장한 다양한 모습의 정이현을 만나볼 수 있었다.
초반에 등장하는, 교통사고를 계기로 다시 얽히게 된 이혼 부부의 이야기인 ‘타인의 고독’부터, 삼풍백화점 붕괴라는 국가적 참사를 다룬 ‘삼풍백화점’까지, 각각의 단편은 서로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사람이 옷을 갈아입거나 화장을 바꾸듯, 이 열 편의 이야기들은 같은 작가에 의해 쓰였지만, 각기 다른 시간과 배경, 감정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오늘의 거짓말’을 통해 만난 열 명의 정이현이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모든 이야기가 내 마음에 완벽하게 들어맞지는 않았다.
마치 연인이 매일 좋은 모습만을 보여줄 수 없는 것처럼, 변화하는 정이현의 글도 매번 내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점점 더 시간이 지나면서, 정이현 작가와의 만남은 점점 더 복잡해지는 느낌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글 속에 담긴 냉정함과 단절감이 내 마음에 부담을 주는 것 같았다. 그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다.
돌이켜보면, 정이현 작가가 너무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려 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한 만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순간들도 있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작가를 마치 독특한 향을 지닌 꽃에 비유한다면, 그들은 각자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매력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존재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작가들은 마치 정원의 다양한 꽃들처럼 개성 있는 향기를 발산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만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찾아 헤매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벌이나 나비처럼, 선호하는 향기를 따라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때로는 짧게, 때로는 길게 머무르며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 그 사랑의 순간들이 만족스러웠다면, 독자들은 기억 속에 그 향기를 간직하고 있다가, 언젠가 다시 그 향기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반복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정이현 작가는 우리에게 독특하고 매혹적인 향기를 지닌 꽃과 같다. 그녀의 작품은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을 가능하게 하며, 그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마치 사랑에 빠진 듯한 황홀경을 선사한다.
나는 그녀의 작품을 통해 경험한 이러한 순간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그녀라는 꽃에 대한 애정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기대했던 바와 같이 항상 만족스러운 순간들만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의 기다림 끝에 다시 만난 정이현 작가의 작품은, 예전과 같은 감동을 주지 못할 때가 있다.
이것은 어쩌면 기다림 속에서 나만의 기대가 너무 커져버린 탓일 수 있으며, 그 사이 현실과 상상 사이에 괴리가 생겨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작품이 처음부터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비록 이번 만남에서 예상했던 만큼의 만족을 얻지 못했을지라도, 내가 그녀를 대하는 마음에 변함은 없다. 정이현 작가의 작품 속에는 여전히 끌리는 매력이 존재하며, 그녀의 향기와 우리가 공유했던 사랑의 순간들은 여전히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가시가 있을지라도, 그녀는 나에게 매력적인 꽃이자, 뛰어난 작가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