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는 동화나 전설에서 흔히 등장하는 캐릭터로, 그 아름다움과 몽환적인 모습은 신비로운 매력을 자아낸다.
때로는 스스로가 비극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또 때로는 뱃사람들을 죽음으로 이끄는 악역을 맡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인어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존재일 뿐이다.
그런 인어세계와 인간세계 사이에서 살아가는 소녀 에밀리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배에서 엄마와 함께 생활하는 에밀리는 아빠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빠가 어릴 때 떠나갔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
실은 그녀의 아빠는 인간과의 금기된 사랑을 이룬 인어로, 그 결과로 인해 바다의 감옥에 갇혔던 것이다.
남성 인어가 아빠라는 설정이 조금 독특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인어 종족을 유지하려면 남성 인어의 존재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상함을 느끼지 않게 된다.
이 책에서는 소녀들 간의 티격태격하는 친구 관계를 잘 그려내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에밀리는 친구가 되고 싶은 소녀 줄리에게 접근하지만, 줄리와 에밀리 사이를 방해하는 맨디와의 관계로 인해 결국 에밀리는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맨디가 에밀리를 미워하는 이유는 사실 매우 사소하다. 에밀리 때문에 엄마에게 혼이 났고, 줄리를 잃을 뻔 했고, 수영 선생님에게 불편함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작은 일들로 인해 친구 관계가 틀어지는 모습은 소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편견과 왕따 문제를 상기시킨다.
반면에 인어 소녀 소냐와의 우정은 순수하고 참된 것이다. 모험에 대한 열정과 순수한 호기심으로 친구를 도와주는 소냐는 에밀리에게 진정한 우정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달콤한 휴식처가 된다.
이렇게 환상적인 소재를 잘 다루던 소설이지만, 후반부에서는 전개 과정이 약간 부족하다. 에밀리와 그녀의 엄마가 인어 세계에서 재판을 받게 될 때, 인어 왕 넵툰은 예상치 못한 관대함으로 그들을 용서한다.
법을 어긴 것은 잘못이지만 사랑 자체를 벌하지 않겠다는 그의 결정은 너무 담백하게 느껴진다. 해피엔딩은 환영이지만, 좀 더 긴장감 있는 결말을 기대했던 독자로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만, 에밀리가 물에 들어갈 때마다 다리가 꼬리로 변하는 독특한 설정은 이 책을 읽는 동안 신비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어른들이 읽을 때는 이미 익숙한 환상 소설의 영향으로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10대 소녀들에게는 그들 스스로가 에밀리가 되어 이야기를 즐기는 데 충분한 소설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