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울프를 읽고



베오울프-독서 감상

나는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영화를 즐기는데, 두 즐거움을 항상 함께 즐기곤 한다. 영화화 된 소설을 만나면 영화를 먼저 감상한 후 소설을 읽거나, 때로는 책을 먼저 읽고 극장으로 가는 편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 시키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2시간의 시간 제약으로 인해 영화가 책의 복잡한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지루한 책을 화려하게 재현하여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동안 만났던 작품 중에는 두 매체가 모두 만족스러웠던 몇 안 되는 작품이 있다. 그 중 하나가 고스란히 기억에 남는데, 바로 모션 캡처 방식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같은 실사영화 [베오울프]이다.

기술의 발전에 놀란 후에는 흥미진진한 내용에 놀랐던 기억이 떠올라 책 [베오울프]를 읽게 되었다. 걱정과 기대가 교차하는 마음으로 읽었지만, 다행히 이 작품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높은 절벽에 소재한 요새와 화려한 연회 홀, 그곳에서 달콤한 꿀 술을 마시며 축제를 즐기는 늙은 왕과 그 국민들, 그리고 그렌델의 습격. 이 모든 장면은 마치 머릿속에서 이미 영화로 상상되어지고 있는 듯한 생생함으로 나를 매료시키는데, 책 [베오울프]는 그 시작부터 마치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생동감을 선사했다.

영화에서 완벽하게 표현되지 않았던 장면들이나 내가 간과한 부분들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베오울프]는 영화와 다르게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며 나에게 새로운 작품의 매력을 전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닐 게이먼이라는 작가에 대한 알게 되었는데, [스타더스티]와 같은 다른 작품도 읽고 싶어졌다.

처음에는 어려운 용어들이 불편함을 주었지만, 찾아보며 읽는 과정에서 그 부분도 익숙해져 갔다. 낯선 경험이 새로운 즐거움으로 이어진 것 같다.

베오울프라는 주인공은 마치 신화에서 온 듯한 인물로 보인다. 북유럽의 신화를 재해석한 소설이라는 점을 알지만, 베오울프가 용을 무찌르는 용맹한 장면 등을 통해 이 인물이 실존한다면 어떤 기운을 품고 있을지 상상해보게 되었다.

중요한 인물들이 모두 죽어도 괴물의 어미는 남아 악순환은 끊이지 않는다. 이 작품은 자아 속에 숨겨진 악에 대한 경고인 것 같다.

진정한 악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우리 주변에 있는 사악한 존재들은 우리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를 담고 있다.

인간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영웅이기 이전에 인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베오울프의 이야기는 마음에 와 닿았다. 비록 베오울프가 자신을 뛰어넘어 신화가 되었지만, 그래도 이야기의 끝은 쓸쓸하고 시리기만 했다.

나는 베오울프의 이야기가 여기서 긑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깊은 감동을 주며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상상케 하여 제 2의 베오울프의 등장을 기대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