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고래 리뷰
우연한 기회로 만나게 된 작가와의 인연은 내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행을 떠나 방황하던 중, 친구가 그녀의 심리 치유 에세이를 건넸고, 그 책은 짧은 여행 기간 동안 내 마음을 다스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집스럽고 자신을 잘 다스리지 못해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모르던 나에게 그녀는 자신을 인정하고 사회와 화해하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렇게 처음 접한 김형경 작가는 내 마음 깊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성장소설에서 발견한 사춘기의 방황과 고민은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청춘들의 모습입니다.
그러한 작품들을 읽다 보면 내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깨어나곤 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그들의 당당한 모습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도 느낍니다. 성장소설 속 청춘들의 열정과 패기는 가슴 설레는 경험이 되곤 합니다.
최근 읽은 ‘꽃피는 고래’는 기존의 성장소설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처음부터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더니 점점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이 작품은 기존의 성장소설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법으로 청춘을 그려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품 속 인물들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아픔과 고민, 그리고 성장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게 합니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기존의 성장소설에서 찾기 어려웠던 깊이 있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청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고 있습니다.
열아홉 살의 지은은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갑작스럽게 잃었다. 이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그녀의 삶은 순식간에 완전히 뒤바뀌었다. 모든 것이 달라졌고, 지은은 더 이상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부모님의 고향인 처용포 마을로 향한 지은은 그곳에서 위안을 찾고자 했지만, 그녀에게 그 공간은 여전히 낯설고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고래잡이 이야기와 마을의 풍경은 그녀의 감정과 동떨어져 있었다. 열아홉 살의 지은은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들어 있었고, 세상을 향한 방향감을 완전히 잃어버린 듯했다.
성숙한 말투와 생각을 가진 지은은 세상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그녀는 더 이상 울거나 방황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어른이 되려 노력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담배와 술을 즐기며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지은은 엄마 아빠 없이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었고, 이제 스스로 어른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의 내면에는 여전히 깊은 상처와 슬픔이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지은의 삶은 순식간에 뒤바뀌었고, 그녀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성장해 나가야 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이 그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그녀가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궁금해진다.
장포수 할아버지는 과거 고래잡이로 살아왔으며, 지금도 고래배를 손질하면서 옛날의 삶을 그리워합니다. 그는 다시 바다로 나갈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반면, 왕고래집 할머니는 열다섯 살에 시집와서 일찍 어른이 되었고, 이 두 분은 상실감에 빠진 니은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일상 속에서 따뜻한 마음과 진심 어린 걱정을 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의 여정을 통해 인생의 깊은 교훈을 전달합니다.
니은이는 할아버지의 고래배 물품을 정리하면서 할머니의 한글 공부를 도와드리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니은이는 아빠와 엄마를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가슴 한 구석이 조금씩 메워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굴곡 많은 삶을 통해 니은이는 인생의 많은 가르침을 얻어갑니다. 또한, 사촌언니의 전시회에서 경매로 얻은 한 달간 매일 한 통씩 오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니은이는 슬픔을 위로받고, 홀로 남겨진 외로움을 조금씩 극복해 나갑니다.
고래축제 전날, 장포수 할아버지가 고래배와 함께 사라지자, 니은이는 처음에는 섭섭한 마음을 품었지만 곧 할아버지를 이해하게 됩니다. 처용포에서의 생활은 니은이를 점점 성숙하게 만들었습니다. 슬픔과 외로움을 이겨내고 원망을 버리면서, 니은이는 어른이 되어가는 길을 걷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소설은 마치 수채화처럼 잔잔한 내용으로 독자들의 마음에 따뜻함을 전해줍니다. 니은이가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상상하면, 독자의 얼굴에는 자연스레 흐뭇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 작품은 삶의 굴곡을 겪으며 성숙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어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이야기 속 인물들의 삶의 여정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고,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처럼 장포수 할아버지와 왕고래집 할머니는 니은이에게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것을 선사합니다. 그들의 경험과 지혜는 니은이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고, 그녀가 슬픔과 외로움을 극복하며 성숙해 나가는 과정을 돕습니다.
처용포에서의 시간은 니은이에게 깊은 인생의 교훈을 주었고, 그녀를 더 강하고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 소설은 잔잔하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독자에게 따뜻한 감동과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